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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Marten - Duke
작성자 saemenergy
작성일자 2015-06-15
하이파이클럽 리뷰
 


 

몇 년 전에 아주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스피커가 있다고 해서 홈페이지를 방문해봤다. 듀크, 버드, 마일스, 콜트레인…. 어허, 누가 내 영웅들의 이름을 함부로 쓴단 말야, 잠깐 흥분했지만, 그러고 보면 이 회사는 재즈 음악의 재생에 남다른 장기가 있겠구나 싶어서 한편으로 호기심도 일었다.
당시 아큐톤 유닛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해서, 국내에도 루멘 화이트를 비롯, 아발론, 카르마, 이소폰 등의 제품이 큰 주목을 받을 때였다. 물론 나도 이런 제품들을 부지런히 들으면서, 그 왜곡이 없는 청량감 넘치는 음에 매료되었지만, 문제는 가격. 도저히 손에 넣을 수 없는 고원 위의 꽃이어서 아무리 손을 뻗어도 허공만 허우적거릴 뿐이었다.
 
그런 차에 스웨덴을 배경으로 한 마르텐이라는 회사에서 듀크라는 2웨이 북셀프가 들어왔으므로, 한번 들어봤다. 일단 마무리가 수려하고, 따라오는 스탠드의 퀄리티도 높아서 외모가 마음에 들었을 뿐 아니라, 여기서 나오는 반응이 빠르면서 청아한 음에 좋은 인상을 받았다.
처음에 지레 짐작했던, 그냥 재즈나 잘 나오는 스피커가 아니라, 일종의 올라운드 타입이어서 클래식이며 록이며 참 골고루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다. 매칭 앰프도 그리 가리지 않고, 가격도 아큐톤 유닛을 채용한 제품으로는 이례적일 만큼 착해서 꽤나 군침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최근에 샘에너지가 본격적인 수입원이 되고, 자연스럽게 공장 탐방이 이뤄질 때 우연히 함께 하는 행운을 얻게 되어, 정식으로 요테보리에 소재한 마르텐의 본사를 가게 되었다. 이미 마르텐의 설계자이며 실질적인 창업자인 레이프 올로포손과는 안면이 있는 터라, 본격적인 인터뷰를 하고 또 여기에 진열된 여러 제품을 들으면서 보다 진솔하게 이 회사의 제품 철학을 알게 되었다. 이 부분은 별도의 탐방기에 향후 소개할 예정이니, 이쯤해서 그치기로 하겠다.
단, 본기의 소개에 앞서 두 가지 정도는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 있다. 첫째는 회사명으로 대체 마르텐이 무슨 뜻이냐 물었더니 레이프의 대답이 간단하다. 자신의 정식 이름 중 미들 네임이라고 한다. 즉, 레이프 마르텐 올로포손에서 마르텐을 따온 것이다. 통과.


둘째는 왜 재즈 뮤지션들의 이름을 제품명에 사용했는가다. 이에 대한 대답 역시 약간 허무하다. 창업 당시 레이프는 주로 클래식만 들어오다가 지인을 통해 재즈에 입문하게 되었단다. 그 자유분방한 형식과 비르투오조에 그만 매료되어, 이왕이면 제품명에 도입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긴 클래식쪽으로 가면 베토벤이며 하이든, 바흐 등을 사용한 회사가 이미 있으니, 꽤 좋은 전략 같다(혹 딜런이나 비틀스, 스톤즈 등은 어떨까?).
듀크는 알다시피 전설적인 빅 밴드 재즈계의 거성 듀크 엘링턴에서 따온 이름. 당연히 스케일이 큰 스피커에 어울리는 이름이지만, 이미 거기엔 레이프가 존경해 마지않은 콜트레인이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역으로 이 2웨이 북셀프에 이름을 걸었으리라 추측해본다.


그러나 본기는 작다고 깔볼 만한 제품은 결코 아니다. 듀크가 이끄는 악단의 규모나 다이내믹스는 너끈히 소화할 뿐 아니라, 말러나 바그너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그만큼 아큐톤 유닛이 유능할 뿐 아니라, 이를 멋지게 인클로저에 담아 풍부한 음악성을 지닌 제품으로 승화시킨 레이프의 솜씨에 경배를 보낼 만하다.
그럼 우선 인클로저부터 살펴보자. 26mm 두께의 MDF 소재를 사용해서 메이플, 체리, 월넛 등 다양한 피니싱을 자랑하는데, 역시 월넛 소재가 가장 눈에 들어온다. 전면 상단에 트위터, 그리고 밑에 미드 베이스 유닛을 배치한 구성으로, 주파수 대역을 보면 역시 아큐톤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세라믹 트위터가 내는 고역은 무려 40KHz까지 뻗으니 이 정도면 다이아몬드 트위터가 부럽지 않은 고성능이다. 한편 미드 베이스는 밑으로 39Hz까지 내려가며, 위로는 3KHz에서 끊어진다. 이를 보면 대부분의 음악 신호가 미드 베이스에 집중되었다고 봐도 무방하고, 일종의 풀레인지에 버금가는 능력을 갖고 있다 하겠다. 그런 면에서 세라믹 트위터는 수퍼 트위터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편이 좋을 정도.


 

하긴 아큐톤을 말할 때 대개 광대역의 트위터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으나, 진짜 실력은 미드레인지나 미드 베이스에 있다고 하겠다. 거의 대부분의 음성 신호를 커버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가청 대역에서 이음새 같은 것을 느낄 수 없고, 다른 유닛과 결합할 때에도 롤오프와 같은 현상을 거의 느낄 수 없다.
여기서 또 하나 탄복한 것은 뒤에 난 포트다. 자연스럽고 풍부한 베이스를 내려면 포트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여기서 나오는 공진이 문제인 바, 본기는 44Hz까지 끌어내려서 음악 신호가 손상 받는 일을 적극적으로 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타입의 스피커를 설계할 때 제일 모범이 되는 답안을 낸 것이다.
한편 본기를 스탠드에 올리면 약간 뒤로 비스듬히 기울어진다. 고역과 중저역간의 시간축 일치를 위한 배려이며, 이를 통해 일반적인 가정환경에서 감상할 경우, 전체 대역이 자연스럽게 통일되어 귀에 다가오게 된다.
 


 

무엇보다 나를 사로잡은 것은 단단하면서 음악적인 배려가 잘 된 스탠드다. 보기에도 좋을 뿐 아니라, 그 효과도 뛰어나다. 시험 삼아 본기를 다른 스탠드에 올리면 어딘지 허전하고 또 뭔가 잘못된 느낌을 준다. 그만큼 스탠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며, 메이커에 따르면 더욱 음을 풍부하게 또 여운을 길게 줄 뿐 아니라 디테일 묘사도 낫게 한다고 하니, 본기를 구입하려고 하면 스탠드는 필수 중 필수다. 알루미늄으로 제작되어 특수 도장을 한 제품답게, 그냥 바라만 봐도 미소가 나올 정도로 고급스런 느낌을 전해준다.
본기의 내부 배선은 요르마 케이블이 동원되었다. 이 요르마라는 회사는 최근 몇 년 사이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케이블 메이커로, 순동을 소재로 깊고 풍부한 음악성을 자랑한다. 마르텐과의 관계가 깊어서, 본기의 최종 튜닝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사료된다. 세컨드 오더를 한 네트워크에 바이와이어링을 위한 튼튼한 바인딩포스트가 제공되는 것은, 본기의 완성도를 한껏 높여주는 멋진 마무리라 하겠다.


 

앞서 설명했듯, 본 기는 전형적인 2웨이 포름이지만, 담당 대역폭이 넓고, 대출력을 요하지 않아 여러모로 우리 가정에 어울리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KT88을 쓴 진공관 인티부터 150W 정도의 TR 앰프까지 두루두루 물려도 좋고, 약간 욕심을 더 내어 본격적인 분리형을 걸어도 좋다. 아큐톤 특유의 빠른 반응과 왜곡이 없는 음에다 마르텐 특유의 진솔하면서 풍부한 음악성을 담은 맛이 가미되어, 어떤 환경에서 들어도 충분한 만족감을 선사한다고 자신할 만하다.

이번 시청을 위해 동원한 앰프는 진공관 두 종으로, 하나는 옥타브에서 나온 V40SE이고, 또 하나는 톤(Tone)에서 나온 판테온이다. 두 앰프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내어 거의 거울과 같은 스피커구나 생각하게 하는데, 그런 면에서 앰프를 바꿔가며 매칭할 때의 재미를 한껏 주는 제품이라 하겠다. 참고로 CDP는 와디아의 381i를 동원했다. 시청 CD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 듀크 조던 'No Problem'
- 마일스 데이비스 'Dr. Jackle'
-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야나인 얀센(바이올린)
- 이글스 'Take the Devil'

우선 조던을 들으면 베이스 라인이 분명하게 그려지는 것이 감지된다. 마치 붓으로 음의 윤곽을 묘사한 듯 또렷하게 다가온다. 듀크의 손놀림은 그 어느 때보다 우아하고 또 기품이 넘친다. 듀크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상당히 고품위한 음이다. 오른손뿐 아니라 왼손도 정확하게 포착이 되고, 스윙 리듬을 타고 펼쳐지는 프레이징은 화려하면서도 우수에 차 있다. 아큐톤다운 극한의 해상력이 잘 정돈되어 절대로 귀가 피곤하지 않다.


 

마일스로 말하면, 55년 녹음 당시의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는 듯 음장이 압권이다. 뒤로 깊게 드럼 세트가 물러나 있는 반면, 트럼펫은 전면에 확 튀어나온다. 피아노와 더블베이스의 위치도 손가락으로 지적할 만큼 명확하다. 전체적으로 따스하고 고운 음으로, 이 부분에서 옥타브와 톤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약간 치밀하면서 짜임새가 좋은 옥타브와 전체적으로 풍윤한 맛을 선사하는 톤,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매력이다.
얀센의 바이올린은,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활기가 넘친다. 고역으로 아무리 치솟아도 충분한 룸이 아직도 남아있는 듯 여유가 있고, 그 보잉에 강한 에너지가 실려 있다. 또 원곡이 갖고 있는 북구의 스산한 느낌이 잘 표현되어, 세밀하게 묘사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전체적인 분위기 재생에도 탁월하다는 것을 알게 한다. 특히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가 악상을 주고받으며 달려가는 모습이 일목요연해서, 협주곡을 듣는 재미를 만끽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이글스를 들으면, 킥드럼의 어택감, 어쿠스틱 및 일렉트릭 기타의 명확한 구분, 젊고 싱싱한 보컬의 생동감 등이 잘 드러나고, 의외로 베이스 라인도 충실하다. 이글스가 구현하는 웨스트 코스트 록은 마냥 거칠거나 샤우팅하지 않는다. 전체적인 앙상블과 음 마무리가 고급스런 사운드를 선사하는 바, 본기에서 그 맛이 제대로 우러난다. 계속해서 다음 곡, 다음 곡 듣고 싶게 하는 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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