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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Penaudio - Rebel3
작성자 saemenergy
작성일자 2015-06-15
하이파이클럽 리뷰
 


근래에, 오래 전에 유행했던 인피니티의 대형 스피커 - 카파 9을 잠시 집에서 사용했던 적이 있다. 비록 인피니티에서 족보상으로는 보급기에 해당하지만 1.5m라는 큰 키에 리본 트위터 두 발과 대형 돔 미드레인지 두 발, 그리고 12인치 대형 우퍼가 두 발 장착되어 있고, 게다가 인클로저의 뒷면에도 앰비언트 트위터가 장착되어 있는 본격적인 대형 스피커다.
워낙 늠름하게 잘 생긴 스피커로서, 정작 이 스피커가 인기를 끌었던 1990년대 초에는 이런 저런 이유로 집에 들이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이 스피커의 보습을 보니 꼭 한번 써보고 싶어서 집에 들였던 것이다. 그런데 웬 걸? 세월에 비해 상태는 무척 양호했지만, 정작 이 스피커가 내는 소리는 기대와는 영 딴판이었다.

 


무엇보다 그렇게 키가 크고 여러 유닛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 스피커를 내 집과 같이 좁은 공간에 들여 놓은 것은 분명한 실수 같았다. 고음은 목이 아플 정도로 올려 보아야 하는 위쪽에서 쏟아지고 중역은 눈높이보다 약간 위, 그리고 저역은 아래쪽에 펼쳐지는 바람에 음악을 듣는 것이 무척이나 부자연스러웠다.
스피커의 받침을 빼보기도 하고, 각도를 줘보기도 했지만 역부족. 결국 이렇게 큰 스피커는 스피커와 청취 위치를 최소한 내 공간의 세 배 정도는 잡을 수 있는 곳에서나 써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상한 것은 내보낸 후에도 전혀 아쉽지 않았다는 사실. 커다란 스피커가 가렸던 시야가 다시 펼쳐지니, 내 공간이 확 넓어진 느낌이어서 오히려 홀가분했다.


아들은 이래서 좋고 딸은 저래서 좋은 것처럼, 또는 자장면은 이래서 좋고 짬뽕은 저래서 좋은 것처럼, 대형 스피커와 소형 스피커는 각각 서로 침범할 수 없는 좋은 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 함께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작은 스피커의 장점은 생각보다 많다. 작은 스피커는 우선 공간의 제약에서 훨씬 자유롭기 때문에 우리의 소중한 공간을 '쾌적하게' 쓸 수 있다. 스피커는 대개 뒷벽에서 상당히 끌어내야 맑은 소리를 내는데, 혼자서는 도저히 옮길 수 없는 커다란 스피커를 뒷벽에서 마음껏 끌어내어 쓸 수 있는 커다란 공간의 소유자는 아마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버리는' 공간이 아까워서, 또는 가족들의 압력에 굴복하여 스피커를 조금씩 벽 쪽으로 밀어 넣다 보면, 저역이 벽에 반사되어 불분명한 소리를 내며, 음상 전체가 혼탁하게 뒤섞이게 마련이다. 소형 스피커는 벽에서 조금 끌어내더라도 별 무리가 없기 때문에 쉽게 깔끔한 소리를 내기가 쉽다. 게다가 소형 스피커는 유닛이 작고 인클로저도 작으니 청취 위치에서 조금만 떨어뜨려 놓더라도 점 음원처럼 만들 수 있다.


 

즉 차분한 음상과 함께 정교한 음장을 펼치는데 지극히 유리해지는 것이다. 이번에 리뷰하는 제품은 펜오디오의 레벨 3라는 초소형 스피커. 앞에서 본 치수가 가로 140 세로 240mm이니 그나마 제일 큰 길이가 한 뼘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스피커다. 물론 작은 스피커답게 유닛이 전면 배플에 꽉 들어 찬 2웨이이며 고음에는 20mm 실크 돔 유닛을, 그리고 저역에는 120mm 크기의 코팅된 페이퍼 유닛을 쓰고 있다. 외관상으로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는데, 가격은 200만원대 후반으로 크기에 비해서는 꽤 비싼 편.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북유럽 핀란드의 제품답게 정교하고 깔끔하게 원목으로 마감된 만듦새가 무척이나 고급스럽고, 철망으로 만들어진 깔끔한 그릴도 디자인적으로 무척 잘 어울려서, 아마도 소형 스피커 애호가라면 외관만 보아도 '혹'하게 될 것 같다.


 

대부분의 소형 스피커가 그런 것처럼 뒷면에 포트가 장착된 베이스 리플렉스 타입. 금속제 포트를 사용한 것은 플라스틱이나 펄프 계열을 주로 쓰는 일반적인 스피커와는 다른 독특한 점이다. 단자는 싱글 와이어링만 지원하는데 웬만한 수준의 스피커에서는 보기 힘든 WBT의 고급 단자가 장착되어 있다.
스펙을 간단히 살펴보면 임피던스 8옴에 음압은 85dB, 주파수 재생 대역은 3dB 밴드에서 55Hz~28kHz. 스펙대로라면 이 사이즈로서는 저역 재생에 있어서 무척이나 놀라운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독특한 것은 4500Hz라는 크로스오버 주파수인데, 보통 2웨이 스피커가 2000Hz~3000Hz 정도의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갖는 것을 생각하면 무척 높게 설정한 것 같다.
아마도 이렇게 높이 책정한 이유는 사람의 귀에 민감한 주파수 대역에서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멀리 떨어뜨리려는 시도로 생각된다. 사람의 귀는 선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1000Hz~2000Hz 부근에서 무척 민감하게 반응하는데(보통 우리의 귀에 자극적으로 들리는 '쏘는 소리'가 이 대역이다), 따라서 이 대역이 지나치게 강조되거나 왜곡이 심하면 사람들은 스피커에서 재생되는 소리를 자극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특히 스피커에서 크로스오버 주파수 부근은 재생 대역이 서로 다른 두 스피커 유닛의 응답이 혼합되는 곳이므로, 위상의 왜곡이 심하고 응답 특성도 좋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을 우리 귀에 민감한 대역에서 멀리 떨어뜨려 놓는 시도는 의미가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편 2웨이 스피커에서는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높게 잡으면 고역 특성이 좋아지고, 낮게 잡으면 저역 특성이 좋아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레벨 3는 고역 특성의 개선에 주력한 제품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보통 소형 스피커의 약점은 저역의 반응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인데, 그래서 많은 스피커들이 저역의 재생 한계를 낮추기 위하여 네트워크를 조정하거나 음압을 낮추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2웨이 스피커에서 고역과 저역은 마치 시소처럼 상대적인 성질을 갖고 있으므로, 고역의 반응을 낮추면 저역이 부풀려지기 마련이고, 저역을 낮추면 고역이 튀게 된다.


이런 성질을 잘 이용하면 (비록 음압은 낮아지지만) 작은 스피커에서 자신보다 훨씬 큰 스피커나 낼 수 있는 깊고 풍성한 저역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런 식의 음 튜닝은 작은 스피커의 아기자기한 맛을 감소시키고, 아무래도 부자연스러운 음을 내기 쉬우므로, 굳이 소형 스피커에서 훨씬 큰 스피커의 흉내를 내는 것이 옳은가 하는 점에 있어서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보통 작은 스피커가 자신보다 훨씬 더 큰 스피커를 흉내내다 보면, 얼핏 들었을 때는 놀랍고 기특하지만, 오래도록 편안하게 음악을 듣기에는 아무래도 부자연스런 느낌을 받기 쉬운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은 스피커가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높게 잡고, 고역 특성의 향상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을 듣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저역 주파수 특성보다는 음악성이라고 생각하므로, 나는 소형 스피커가 자신의 크기에 맞는 충실한 소리를 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다.


레가 새턴을 소스로 하고 역시 레가의 엘리시트 인티 앰프를 이용해 레벨 3를 들어보았다. 소리를 듣기 전에 예측했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소리를 낸다. 즉 주어진 사이즈의 테두리 안에서 재생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을 충실하게, 그리고 정직하게 내 주는 음이다. 고역은 청감상으로 느껴지는 재생 대역이 높고, 무엇보다 섬세하고 화사하며, 좋은 의미에서 가벼움을 갖고 있다.
그 가벼움 때문에 소리가 스피커를 쉽게 이탈하여 공간에 사뿐하게 펼쳐지는 것이다. 스피커가 작아서 점음원과 가깝기 때문에 음장은 스피커의 크기보다 훨씬 크게 잡히고, 이는 이 스피커의 특출한 매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넓은 음장에 소리가 낭랑하게 부유한다는 느낌이 좋다.


저역은 스피커의 사이즈로 보면 놀랍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까탈스러운 귀로 듣는다면 그리고 레벨 3보다 큰 스피커와 비교한다면 아무래도 양감이 충분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대신, 꼭 필요한 양질의 저역을 내준다는 느낌으로 아주 낮은 저음은 포기하고 있지만, 반응이 빠르고 정확하며 단단하다.
전체적인 밸런스는 잘 잡혀 있어서 특별히 튀는 대역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 스피커가 내는 음을 들으면서, 마치 4H 연필을 뾰족하게 깎아 섬세하게 그린 그림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무척 세밀한 소릿결을 갖고 있는 스피커이기 때문에 사용자의 노력에 따라 가능성이 아주 높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스피커는 굵은 소리와 화끈한 질감을 추구하는 애호가보다는, 섬세하고 치밀한 음으로 신기루 같은 음장을 추구하는 애호가에 잘 어울릴 것이다. 남성적이기보다는 분명히 여성적인 소리에 가까우며, 그것도 청순가련형의 가냘픈 여인의 자태와 상통하는 매력이 있다. 어쿠스틱 계열의 음악이나 소편성 음악을 즐겨 듣는 애호가라면 이런 느낌을 잘 살려 아주 고급스러운 서브시스템으로 활용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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