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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리뷰-Vitus Audio] 4개의 얼굴을 가진 앰프에 반하다, Vitus Audio SM-103
작성자 saemenergy
작성일자 2020-09-22
 


 

 

 

라이프 스타일 오디오가 대세다. 맞는 말이다. 간편하고 스마트하게 스트리밍 음원을 즐길 수 있는 올인원 오디오가 하루가 멀다 하고 출시되고 있다. 소비자 취향도 변했다. 이제 오디오는 스트리밍 음원을 즐길 수 있어야 하고, TV와 연결해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보고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음질만을 추구하는 마니악한 오디오의 세계는 거의 아사 직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리형 오디오의 존재 이유는 굳건하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소리,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오디오 조합에 대한 갈증과 욕망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증폭'과 ‘출력'을 전담하는 파워앰프는 이러한 오디오 모듈러 시스템의 꽃이다. 웰메이드 파워앰프는 올인원 오디오는 감히 넘볼 수 없는 프리미어 리그이자 MLB이며 PGA다.

최근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서 만난 덴마크 비투스 오디오(Vitus Audio)의 모노블록 파워앰프 SM-103이 그 빛나는 증거였다. 됨됨이가 달랐고 소리가 달랐다. 소설 ‘설국열차' 첫 문장을 빌리자면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클래스 A 증폭으로 8옴에서 100W를 내는 이 파워앰프에 필자는 매료되고 말았다. 오디오에 대한 열정이 다시 뜨거워졌다.

 

 

 

 

 

비투스 오디오와 시그니처 시리즈

 

 

 


 

 

 

비투스는 1995년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한스 올레 비투스(Hans Ole Vitus)가 설립했다. 그는 그러면서 1998년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덴마크/노르웨이 지사에 입사, 6년 동안 디지털 오디오의 거의 모든 것을 흡수했다. 회사 설립 후 8년이나 지난 2003년에서야 비투스의 첫 제품들(배터리 전원을 쓴 포노스테이지 RP-100, 라인 프리앰프 RL-100, 모노블록 파워앰프 SM-100)이 나온 이유다.

그리고 2020년 현재, 비투스는 하이엔드 스피커들이 자신들의 쇼룸에서 앞다퉈 매칭하는 앰프 메이커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18년에 직접 들어본 이들의 막내 RL-102 프리와 RS-101 스테레오 파워 조합은 황홀하기까지 했다. 불질이 필요할 때, 직화가 필요할 때, 백숙처럼 삶아야 할 때를 모두 정확히 알아서 상을 차리는 일류 셰프 같았다.

 

 

 

 

 


 

 

 

비투스 오디오의 최상위 라인업은 모델 이름이 MP로 시작하는 마스터피스(Masterpiece), 중견 라인업은 S로 시작하는 시그니처(Signature), 엔트리 라인업은 R로 시작하는 레퍼런스(Reference)다. 그리고 프리앰프에는 L, 스테레오 앰프에는 S, 모노블록 앰프에는 M, 인티앰프에는 I, 포노스테이지에는 P가 붙는다. 이번 시청기인 SM-103은 시그니처 라인의 플래그십 모노블록 파워앰프다.

다음은 필자가 파악한 비투스 오디오 주요 제품 출시 히스토리다.

2003 : RP-100 | 포노스테이지
2003 : RL-100 | 프리앰프
2003 : SM-100 | 모노 파워앰프(클래스A 100W)
2006 : SL-100 | 프리앰프
2007 : SCD-010 | CD플레이어(비투스 최초의 디지털 소스기기)
2007 : SS-010 | 인티앰프(클래스A 25W)
2007 : SS-101 | 스테레오 파워앰프(클래스AB 100W, 클래스A 50W)
2007 : SM-101 | 모노 파워앰프(클래스AB 100W, 클래스A 100W)
2008 : SM-010 | 모노 파워앰프(클래스AB 100W, 클래스A 40W)
2010 : SIA-025 | 인티앰프(클래스AB 150W, 클래스A 25W)
2010 : SL-102 | 프리앰프
2010 : MP-T201 | CD트랜스포트
2010 : MP-P201 | 포노스테이지
2010 : RI-100 | 인티앰프(클래스AB 300W/600W)
2012 : MP-D201 | DAC
2012 : MP-L201 | 프리앰프
2012 : MP-M201 | 모노 파워앰프(클래스AB 500W, 클래스A 100W)
2013 : SM-102 | 모노 파워앰프(클래스AB 150W, 클래스A 100W)
2013 : SS-102 | 스테레오 파워앰프(클래스AB 100W, 클래스A 50W)
2013 : SCD-025 | CD플레이어
2014 : RD-100 | DAC
2014 : RS-100 | 스테레오 파워앰프(클래스AB 300W/600W)
2014 : SM-011 | 모노 파워앰프(클래스AB 200W/400W, 클래스A 40W/80W)
2015 : RCD-101 | CD플레이어/DAC
2015 : SS-025 | 스테레오 파워앰프(클래스AB 300W/600W, 클래스A 15W/25W)
2016 : SCD-025 mkII | CD플레이어
2016 : SS-103 | 스테레오 파워앰프(클래스AB 150W/300W, 클래스A 50W/100W)
2016 : MP-S201 | 스테레오 파워앰프(클래스AB 700W/1400W, 클래스A 25W/50W)
2017 : SM-103 | 모노 파워앰프(클래스AB 150W/300W, 클래스A 100W/190W)
2017 : MP-L201 mkII | 프리앰프
2017 : MP-P201 mkII | 포노스테이지
2017 : MP-T201 mkII | CD트랜스포트
2017 : SIA-025 mkII | 인티앰프(클래스AB 150W, 클래스A 25W)
2017 : SP-103 | 포노스테이지
2017 : SL-103 | 프리앰프
2018 : RP-102 | 포노스테이지
2018 : RL-102 | 프리앰프
2018 : RD-101 | DAC
2018 : RI-101 | 인티앰프(클래스AB 300W/600W)
2018 : RS-101 | 스테레오 파워앰프(클래스AB 300W/600W)
2018 : MP-I201 | 인티앰프(클래스AB 700W/1400W, 클래스A 25W/50W)
2019 : SIA-030 | 인티앰프(클래스AB 200W, 클래스A 30W)

이중 파워앰프와 인티앰프만 살펴보면, 마스터피스와 시그니처 시리즈는 출력단의 증폭 방식을 클래스 AB와 클래스 A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점이 가장 눈길을 끈다. 이에 비해 레퍼런스 시리즈는 클래스 AB로만 작동된다. 2003년에 나온 SM-100 모노 파워앰프가 클래스 A 증폭으로 100W, 2007년에 나온 SS-010 인티앰프가 클래스 A 증폭으로 25W를 냈던 만큼 클래스 A 증폭에 대한 비투스 오디오의 무한 신뢰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고급 기종일수록 클래스 A 출력이 높아지는 점과 8옴과 4옴 부하에서 출력이 정확히 2배로 늘어나는 점도 확인된다. 이는 그만큼 전원부 설계가 잘 돼 있다는 증거이자, 출력단 설계와 트랜지스터 능력(컬렉터 손실)에 비해 출력값을 지극히 보수적으로 잡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현재 비투스 시그니처 라인은 이렇게 짜여있다.

CD플레이어/DAC : SCD-025 mkII
포노스테이지 : SP-103
프리앰프 : SL-103
스테레오 파워앰프 : SS-025, SS-103
모노블록 파워앰프 : SM-011, SM-103
인티앰프 : SIA-025 mkII, SIA-030

따라서 비투스의 모노블록 파워앰프로서 SM-103의 계보는 2003년에 출시된 모노블록 SM-100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2007년에 SM-101, 2013년에 SM-102, 2017년에 SM-103이 나왔다. 한편 시그니처 라인의 또 다른 모노블록 파워앰프 SM-011은 2008년에 출시된 SM-010이 원조. 그런데 SM-010은 2007년에 나온 스테레오 파워앰프 SS-010을 모노블록으로 만든 것인 만큼, SM-103과 SM-011은 출발부터가 다르다.

 
 
 
 
 
SM-103 외관
 
 


 

 


SM-103은 크고 무겁다. 가로폭이 435mm, 높이가 310mm, 안길이가 610mm나 된다. 무게는 75kg. 이처럼 한 덩치 하는 SM-103이 시청실에 버티고 있는 모습에서는 카리스마가 철철 넘쳐난다. 더욱이 매끈한 알루미늄 섀시는 미니멀리즘 조각을 보는 듯 군더더기가 일절 없다. 세로 방향의 검은 띠를 사이에 두고 좌우 대칭으로 나눈 전면 패널은 비투스 전체 라인업을 관통하는 디자인 시그니처다.

 

 

 

 

 


 

 

 

양 측면의 촘촘한 검은색 방열핀과 상판의 대형 통풍구 디자인도 시선을 잡아끈다. 일단 방열핀이 상하판 경계선을 넘지 않아 혹시라도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했고 방열핀 자체도 끝이 부드럽게 마감됐다. 상판 가운데에는 통풍구를 회사 로고 ‘VA’로 디자인한 제작자의 센스가 돋보인다. 양 사이드의 4개 직사각형을 통해 방열핀을 노출시킨 점도 독특하다.

 

 

 

 

 


 

 

 
뒷면을 보면 밸런스(XLR)와 언밸런스(RCA) 아날로그 입력단자가 1개씩 마련됐다. 입력 감도는 밸런스가 0.7V RMS, 언밸런스가 1.4V RMS이며, 입력 임피던스는 두 단자 모두 10k옴을 보인다. 앰프 스피드를 알 수 있는 슬루레이트는 35V/us, 앰프의 광대역 특성을 알 수 있는 주파수 응답 특성은 800kHz까지 플랫하게 반응한다. 스피커케이블 커넥터는 2조가 마련돼 바이와이어링이 가능하다.
 
 
 
 

SM-103 설계 디자인 1. 클래스 A vs 클래스 AB
 
 


SM-103은 출력단에 바이폴라 트랜지스터(BJT)를 쓴 솔리드 스테이트 파워앰프다. 또한 풀 밸런스 앰프인데 이는 인터넷에 공개된 내부 사진을 보면 금세 확인할 수 있다. 내부는 1, 2층으로 구획되었으며, 상판을 열면 등장하는 2층에는 UI 코어 전원 트랜스와 4개의 대형 평활 커패시터로 이뤄진 전원부, 1층에는 입력 및 전압 증폭단, 출력단이 좌우 대칭 형태로 마련됐다.

여기서 잠깐. 비투스 오디오는 너도나도 다 채택하는 토로이달 트랜스 대신 더 크고 비싼 UI 전원 트랜스를 썼을까. 예전 한스 올레 비투스가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그 답이 명확히 나온다. '전압변동률이 더 적기 때문'이다. "토로이달 트랜스는 클로즈 루프(close loop)와 오픈 루프(open loop) 사이의 전압변동률이 12~15%에 달한다. 이에 비해 비투스가 채택한 UI 트랜스는 1.5%에 그친다. 토로이달은 클래스 D 앰프, UI 트랜스는 클래스 A 앰프에 비유할 수 있다." 참고로 UI 트랜스는 마스터피스와 시그니처 시리즈에, 이보다 작고 싼 EI 트랜스는 레퍼런스 시리즈에 투입된다.

바이폴라 출력 트랜지스터는 NPN, PNP 4페어가 양 사이드 방열핀에 각각 장착됐다(총 8페어). 밸런스 앰프이기 때문에 이들 4페어가 각각 플러스(+) 신호와 마이너스(-) 신호를 독립적으로 처리한다. 정확히 어떤 바이폴라 트랜지스터가 투입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스테레오 버전인 SS-103에는 산켄 2SC2922(NPN)와 2SA1216(PNP) 트랜지스터를 쓰고 있다. 출력을 가늠할 수 있는 컬렉터 손실이 200W에 달하는 대전류 트랜지스터다.

 

 

 


 
 
SM-103이 남들과 다른 것은 증폭 방식과 이에 따른 출력을 유저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 클래스 A 증폭을 선택하면 8옴에서 100W, 클래스 AB 증폭을 선택하면 8옴에서 150W를 낸다. 전면 패널의 가운데 디스플레이를 보면서, 왼쪽 버튼을 몇 차례 눌러 선택하면 된다. 4옴 부하에서 각각 어느 정도 출력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 기능이 뭐가 새로운 것인가?’ 싶으시겠지만, 엄연히 큰 차이가 있다. 통상 클래스 AB 앰프들도 일정 출력 구간에서는 클래스 A로 작동하지만, 비투스 앰프는 아예 처음부터 클래스 A 작동 범위를 100W로 넓혀 놓았고 100W 이후에는 클래스 AB로 넘어가는 점이 다르다. 무엇보다, 출력단이 싱글엔디드가 아니라 푸시풀 구성인 파워앰프에서 100W까지 클래스 A로 작동한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SM-103 설계 디자인 2. 클래식 모드 vs 록 모드


SM-103의 히든카드는 출력 모드를 클래식(Classic)과 록(Rock) 모드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이 역시 전면 패널 왼쪽 버튼을 몇 차례 눌러 선택하면 되는데, 직접 테스트를 해보니 두 모드의 소리 성향이 크게 달랐다. 클래식 모드가 정전압 설계가 잘 이뤄진 300B 싱글 앰프 소리, 록 모드가 전형적인 푸시풀 KT150 앰프 소리를 들려줬다. 클래식 모드는 정갈하고 섬세했으며, 록 모드는 힘이 있고 음들이 포워딩해왔다.  

 
 
 


 
 
이처럼 사운드 모드를 클래식과 록 모드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점이 2013년에 나온 SM-102와 결정적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비투스 오디오에서도 이 점을 SM-103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고 있다(Updated output satage to accomodate sound modes). 사운드 모드 선택은 2016년에 나온 마스터피스 시리즈의 MP-S201 스테레오 파워앰프에 처음 채택돼, 이후에 나온 SM-103을 비롯해 2019년에 나온 인티앰프 SIA-030 등 시그니처 모델들에도 이식됐다.  

그러면 어떤 설계를 통해 클래식과 록 모드가 작동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출력단 회로 설계 자체가 바뀐다. 클래식 모드는 출력(전류 증폭) 과정에서 바이폴라 트랜지스터 1페어만 이용하고, 록 모드는 투입된 바이폴라 트랜지스터 페어를 모두 이용한다. 채널당 6페어가 투입된 인티앰프 SIA-030의 경우, 클래식 모드 시 밸런스 각 신호당 1페어, 록 모드 시 3페어 모두를 전류 증폭에 동원한다. 따라서 SM-103은 클래식 모드 시 밸런스 각 신호당 1페어, 록 모드 시 4페어 모두를 동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클래식 모드 시 나머지 트랜지스터들이 그냥 노는 것은 아니다. 전류 증폭에 참여한 트랜지스터 한 쌍에 일정한 전류가 흐르도록 해서 신호 왜곡을 줄이고 증폭률을 높이는 ‘커런트 소스'(current source)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트랜지스터를 이용해 액티브 정전류 회로를 구성하는 것. 통상 정전류 회로는 저항을 이용한 패시브 타입이지만, 전압 변동이 있을 경우 트랜지스터 컬렉터와 에미터 사이를 흐르는 전류량이 변동하는 단점이 있다(I = V/R).
 
 
 
 

시청
 
 
 


 

 

 

하이파이클럽 제1시청실에서 진행된 시청에는 소스기기로 에어의 QX-5 Twenty, 프리앰프로 비투스 오디오의 SL-103, 스피커로 윌슨오디오의 Sophia 3를 동원했다. 음원은 룬(Roon)을 통해 코부즈(Qobuz) 스트리밍 음원을 주로 활용했다. SM-103이 모두 4개의 얼굴을 가진 앰프인 만큼, 동일한 곡을 클래스 A, 클래스 AB, 클래식 모드, 록 모드로 바꿔가며 음질 변화를 함께 추적했다. 사운드 모드를 바꾸면 20초 후에 앰프 작동이 시작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격 청음에 앞서 SM-103의 소리 성향을 알기 위해 스탠리 클락의 'I'm Home Africa'를 부담 없이 들어봤다. 디폴트는 클래스 AB에 클래식 모드. 처음부터 내뻗는 강력한 훅과 음의 탄력감이 인상적이며, 머뭇거림이나 주저함 없이 스피커를 드라이빙하고 있다. 이어 클래스 A로 바꿔보면, 강력함은 줄어든 대신 재생음 자체가 차분해진다. 개인적으로 이 곡은 클래스 AB가 더 나았다. 하지만 다이애나 크롤의 'I've Got You Under My Skin'은 클래식 모드, 클래스 A 때가 좋았다. 플루트 소리가 이처럼 폭신폭신, 야들야들하게 들린 적이 있었나 싶다. 어쿠스틱 기타의 고음도 여지없이 생생하게 들렸다.

 

 

 

 

 

 


 

 

 

Andris Nelsons, Boston Symphony Orchestra
Shostakovich Symphony No.5
Shostakovich Under Stalin's Shadow)

우선 클래식 모드, 클래스 A로 들어봤다. 전체적으로 선명하며 투명한 음이다. 300B 싱글 구동의 느낌. 배경은 정숙하고 깨끗하며, 소릿결은 매끄럽고 미끈하다. 디테일도 잘 살아난다. 볼륨을 더 높여 들으면 '갑자기'라고 할 만큼 음색이 진해지고 밀도감과 음수가 늘어난다. 볼륨이 낮았을 때 얼핏 느꼈던 고음의 거친 금속성 느낌이 싹 가신다. 이어 클래스 AB로 바꿔보면, 음들이 기립하고 곡의 기세가 더 살아난다. 음의 형체가 분명하고 볼륨감도 훨씬 낫다. 무대를 좀 더 넓게 쓰며 특히 관악 파트가 굵어진다. 대신 무대가 조금 산만해진 느낌도 있다.

록 모드로 바꿔 클래스 A로 들었다. 비로소 필자의 귀에 익숙한 쇼스타코비치 5번 4악장이 나온다. 클래식 모드에 비해 무게중심이 내려갔고 음들 자체도 단단해졌다. 하지만 음의 윤곽선에 약간의 색 번짐이 있다. 진공관에 비유하자면 300B에서 845로 바꾼 듯하다. 끝으로 록 모드, 클래스 AB로 들어보면, 음이 좀 더 카랑카랑하고 맑아지며 푸시풀 솔리드 앰프 본연의 색깔이 나왔다. 스텝도 경쾌하고 기세도 좋아졌다. KT150을 푸시풀로 구동한 그런 음과 무대다. 최소한 이 곡에서만큼은 록 모드, 클래스 AB 선택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Werner Thomas, Munchener Kammerorchester
Les Larmes Du Jacqueline
Harmonies Du Soir

동일한 상태(록 모드, 클래스 AB)에서 '재클린의 눈물'을 들어봤다. 모드와 증폭을 다 떠나 SM-103의 사운드 시그니처에만 집중해보면, 음이 '곱고 굵으며 맑고 투명하다'라는 것이었다. 특히 필자 앞에 펼쳐진 사운드스테이지에 빈틈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 메인 악기 뒤에서 펼쳐지는 반주 음들이 사각사각 잘 들리는 것도 이 앰프의 레벨을 그대로 입증해 준다. 록 모드는 놔두고 클래스 A로만 바꿔보면, 확실히 에너지감은 약해지지만 무게중심이 밑으로 내려가고 음이 좀 더 고와진다.
클래식 모드, 클래스 A로 들어보면(모드를 바꾸면 일단 클래스 AB가 된다. 그래서 다시 클래스 A를 선택해야 했다), 무대가 기분 좋게 뒤로 물러서고 디테일이 늘어나며 뒤에 깔리는 악기들의 소리가 더 잘 들린다. 에너지감은 더욱 빠지지만 첼로 연주음의 호소력과 처연함은 결과적으로 최고의 선택이 되었다. 저 큰 덩치의 앰프로부터 이렇게나 여리고 감성이 풍부한 음이 나올 수 있는지 깜짝 놀랐다. 클래식 모드, 클래스 AB로 바꾸면 음 자체는 두터워지지만 윤곽선이 약간 번지고 흐릿해진다. 정말 취미성이 대단한 앰프다.  

 

 

 

 

 

 


 

 

 

 

The Doors - Riders On The Storm
L.A. Woman

이 상태(클래식 모드, 클래스 AB)에서 록 장르를 연이어 들어봤다. '라이더스 온 더 스톰'은 무대 왼쪽에 등장한 건반 사운드에 소름이 돋는다. 빗소리, 천둥소리도 그랬지만 악기 재생음의 리얼리즘이 장난이 아니다. 확실히 클래식 모드가 소리가 맑고 투명하다. 클래스 AB는 여기에 에너지를 보탠다. SM-103이 기본적으로 맑고 투명하며 음수가 많고, 섬세하고 결이 고운 앰프인데, 4가지 모드와 증폭은 룸 환경이나 곡 장르, 개인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될 것이다. 클래스 A로 바꾸면 악기들이 하나하나 더 잘 들리고 앞뒤 거리도 늘어나는 등 소위 앰프의 '표현력'과 '몰입감'이 늘어난다. 록 모드, 클래스 A에서는 무대가 3D로 변모하고 재생음에 활기와 생기가 돌아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스럽게 들었다.  

 

 

 

 

 

 

 


 

 

 

Rage Against The Machine - Take The Power Back
Rage Against The Machine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의 'Take The Power Back' 역시 록 모드, 클래스 A 선택이 가장 좋았다. 디테일이 4가지 선택지 중에서 가장 잘 살아났고 무엇보다 사람이 노래를 부른다는 느낌이 가장 강했다. 하지만 드럼의 돌덩이 느낌은 록 모드, 클래스 AB, 전반적인 해상력은 클래식 모드, 클래스 A가 나았다. 이에 비해 클래식 모드, 클래스 AB는 록 모드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묵직한 맛은 상대적으로 덜했다.  어쨌든 곡을 들을수록 SM-103의 사운드 성향은 '어느 경우에도 야위지 않는 에너지감과 빠지지 않는 해상력'임이 분명해진다. 어느 선택, 어떤 곡을 들어도 또렷한 음상과 근육질의 파워감이 이 앰프의 대표 시그니처라 할 만하다.

 

 

 

 

총평

 

 

 


오디오 애호가 입장에서 올인원 앰프의 가장 큰 취약점은 취미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능과 성능, 사운드가 이미 완성된 상태라서 유저가 어디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것이다. 싫증이 나거나 뭔가를 보태거나 빼고 싶다면, 통째로 바꿔야 한다. 또한 내 시스템과 다른 시스템의 차이가 결국 스피커를 통해서만 판가름 난다는 사실도 오디오 애호가의 일반적인 생리와는 맞지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SM-103은 처음 분리형 앰프를 집에 들여다 놓았을 때의 설렘과 즐거움, 포만감을 다시 상기시키기에 충분했다. 클래스 AB 150W 출력은 윌슨오디오 소피아3 정도는 너끈하게 구동했고, 클래스 A 100W 출력은 왜 비투스 오디오가 이 선택지를 마련했는지 그 진하고 섬세하며 매끄러운 소리로 입증했다. 클래식 모드는 보다 깨끗하고 정갈한 소리를, 록 모드는 보다 탁 트이고 시원시원한 무대를 선사했다. 각 스피커를 따로 울리는 모노블록의 통쾌함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만약 SM-103을 최근에 들어본 매지코 A5나 M2, YG 어쿠스틱스의 Hailey 2.2, 타이달의 Contriva G2 등에 물리면 어떤 소리를 들려줄까. 또 소스기기를 바꿔 LP를 걸어보거나, 브랜드를 바꿔 다른 프리앰프와 매칭을 해본다면? 분명한 것은 SM-103이라면 이 모든 변수를 듬직하게 받아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동안 꾹꾹 눌러 담았던 분리형 오디오 혹은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대한 욕망이 다시금 꿈틀거린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출처 : 하이파이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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