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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기는 참으로 중요하다. 아날로그라면 더더욱. 듀얼 CS435-1












아날로그 오디오의 핵심, LP판을 즐기는 턴테이블은 오디오파일로 하여금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드는 디바이스다. 오래 전, 이른바 “전축”이란 것에 익숙했던 세대에게는 오래 전의 향수와 추억을 재생한다는 감성적 의미가 강하지만 본격적인 오디오애호가에게는 언젠가는 넘어서야 할 지상과제와 같이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LP판을 턴테이블에 놓고 바늘을 떨어뜨리는(Drop the beat) 것만으로 손쉽게 음악을 재생할 수 있다는 생각, 그리고 모든 물리적 가능성을 조합하여 최상의 셋팅을 만들어야 한다는 완벽주의의 입장이 공존하는 참으로 묘한 기계다.
오디오파일의 입장에서는 한없이 어렵고 진입장벽의 높이가 만만치 않게 느껴지는 LP플레이. 하지만 그 오리지널리티와 조작의 묘미, 그리고 오디오생활을 영위하는 데 있어서 절 때 빼놓을 수 없는 “자세와 폼”, 이 모든 것들이 2000년 하고도 십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메이저 급 브랜드에서 턴테이블 제품을 포기하지 않는 동기부여가 되겠다.










▲ 1950~60년대에는 45RPM LP판을 재생할 수 있는 카 오디오용 턴테이블도 존재했다.


90년대 이후 턴테이블의 발전은 역시나 양극으로 분리되어 치닫게 되었는데, 1억원을 호가하는 초 호화판 하이엔드 턴테이블부터 미니 컴포넌트 수준의 토이오디오 제품에 이르기까지 그 갭이 상당했다. 후자의 경우 목적의식이 분명한 물건들이었는데,바로 손쉽게 LP플레이를 가능케 해준다는 컨셉트가 주효했었다. 빈티지와 레트로라는 키워드를 기반으로 이른바 “Drop & Play”가 가능한 수준의 턴테이블들이 꾸준히 발표되어 왔었다. 다만 오디오를 본격적으로 즐기는 이들에게는 초 하이엔드 턴테이블과 마찬가지로 다른 세상, 다른 장르의 장난감 취급을 받아왔을 뿐이다.
그 중간 어디 즈음, 대부분의 오디오 애호가들이 접근해봄 직한 가격대와 퀄리티의 턴테이블들은 물론 존재해왔다. 이들도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뉘는데, 과거의 비닐 플레이어 명가의 이름을 유지해오면서 중저가 제품 쪽으로 컨셉트를 전환한 쪽과 신생 브랜드로서 저가 제품부터 턴테이블을 만들어 온 쪽이 있다. 다만 전자에 해당하는 브랜드들의 마케팅 능력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라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새롭게 오디오를, 그리고 아날로그를 시작하는 오디오파일이라면 그런 브랜드가 애초에 존재했었는지, 그리고 생각보다 그토록 오래된 브랜드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금일 소개하고자 하는 듀얼(Dual)이라는 골수 아날로그 브랜드에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듀얼이라는 브랜드는 아날로그가 오디오의 전부이던 시절부터(1900년대 초반) CD 및 파일 플레이 등의 이른바 “신식 문물”이 성행하던 근래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턴테이블을 고집해온 회사이다. 물론 중간중간 돈의 흐름에 따라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기도 하고 회사의 주인도 바뀌는 역정을 겪어왔지만 근 한 세기가 넘는 동안 고집스럽게 듀얼이라는 이름으로 아날로그 LP플레이를 지켜온 하이파이계의 살아있는 화석과도 같다.
이들은 절대 초 하이엔드 제품에 욕심을 내는 법이 없다. 제품의 디자인과 기능성,사운드 톤 조차 큰 변동폭이 없이 꾸준한 “Original German”을 유지해왔다. 화려한 마케팅이 없기에 듀얼이라는 이름을 낯설어하는 이들도 분명 있긴 할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이런 점을 오히려 높게 사고 싶다.마치 20년이 넘도록 디자인 하나 변하지 않는 브라운(Braun) 제 커피메이커를 보는 듯 꾸준한 신뢰감마저 느껴지기 때문이다.
오늘 소개하는 듀얼의 CS435-1 턴테이블은 국내에 소개된 이래 꾸준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중저가 턴테이블이다. 얼핏 보면 모터가 플래터에 직결되는 다이렉트 드라이빙 방식 같지만 플래터 매트를 들어보면 잘 조립된 모터 어셈블리와 고무 벨트로 연결된 벨트드라이빙 방식의 오토매틱 바이닐(Vinyl) 플레이어.







비주얼을 보자면 누가 보더라도(설령 오디오문외한이라 하더라도)천상 턴테이블이다.
아크릴 제 더스트 커버와 MDF재질의 베이스는 무난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그리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플래터와 톤암은 오래 전부터 본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혹자는 진부하고 뻔한 디자인이라고 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듀얼과 같은 오랜 역사의 오디오 브랜드들의 그 “진부한”디자인이란, 사실 오리지널리티 그 자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하도 보아와서 흔해진 그 디자인의 원조이기 때문이다.듀얼은 약 100여년 전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CS435-1은 턴테이블 베이스 아래의 4점 지지 피트(feet)와 금속제 플래터, 그리고 세미 플로팅 마운트의 구동 모터에 이르기까지 진동 컨트롤 솔루션이 명확한 제품이다. 기계적 만듦새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로 치자면 쇼크압소버와 코일 스프링의 균형이 적절하게 맞아 떨어지는 알맞은 댐핑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보관상태가 좋지 않아서 다소 휜 LP판을 재생해 보면 바늘이 LP의 그루브를 따라 위 아래로 출렁이곤 한다. CS435-1의 경우 이런 상황에서는 턴테이블 베이스까지 같이 유동하면서 적절히 댐핑하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재생음은 안정적이다.
턴테이블 상판 우측에 몰려있는 각종 조작 스위치들은 직관적이다. 33/45 RPM 전환 스위치 아래에는 리프트 레버 및 스타트/스톱 버튼이 자리잡고 있다. 기본이 오토매틱 방식이라는 점을 알 수 있는데, LP판을 얹고 스타트 버튼을 누르는 것 만으로, 마치 CD플레이를 하듯 간편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다. 물론 반자동 방식으로 손맛을 즐기는 것도 가능.







필자가 내심 궁금했던 것은 이 턴테이블의 정밀도였다. 0.5g단위로 새겨져 있는 카운터웨이트, 기본 탑재된 슈어(Shure)제 카트리지의 VTL각, 그리고 헤더 부분의 오버행 각도 등이 과연 얼마나 정밀할 지, 아니 얼마나 틀어져 있을지를 은근히 기대했던 것 같다. 다 만들어지고 셋팅된 턴테이블의 정밀도가 손맛을 따라올 리 없다는, 편견이라면 편견일 수 있겠다.
필자의 아날로그 계측 장비는 그리 싸구려가 아니다. 기천만원 짜리 턴테이블 어셈블리의 예민한 각도도 잡아낼 수 있는 물건인데, 그것을 매정하게도 CS435-1에 들이대 보았다. CS435-1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100만원 이하)를 생각한다면 매정한 것이 맞다.






결과적으로는 납득할 만 했다. 기본 셋팅 자체가어설픈 초보자가 비싼 도구들을 들고 세팅하는 것보다는 정확하다는 뜻이다. 특히 중저가 턴테이블에서는 보기 드문 오버행 각도 정밀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는 LP를 재생해보더라도 쉽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카트리지가 LP의 안쪽으로 흘러갈수록 좌우 채널 밸런스가 무너진다거나 특정 음역대에서 디스토션이 발생하는 일이 전혀 없다.
고급 턴테이블이 대부분 완전수동 방식인 이유는 그만큼 사람 손의 정밀함이 가미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기계적 정확도로는 능숙한 애호가의 손을 따라올 수 없기 때문. 하지만 “능숙한 애호가”만 턴테이블을 만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CS435-1와 같은 비교적 잘 만들어진 오토매틱 어셈블리도 그 역할을 한다고 본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CS435-1는 분명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 만으로 접근할 만한 팬시제품이 아니다. 그렇다고 하이엔드 오디오의 메인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본격적인 소스기기 또한 아니다. 무난한 생김새만큼 그 가격대도 대부분의 오디오파일들이 용이하게 접근 해봄직한 “만만함”을 자랑하는 턴테이블이다. 하지만 굳이 겉으로 드러나게 만들지 않은 듀얼 고유의 본질과 잠재력은 꽤 오랜 시간 동안 이 턴테이블에 LP판을 얹어보아야 비로소 알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필자가 브랜드의 역사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가 바로 이런 연유이기도 하다.









출처 : 풀레인지